2006/01/18 11:31

벽으로 드나드는 남자(Le Passe-muraille) ★★★★

  


벽으로 드나드는 남자
(Le Passe-muraille)
마르셀 에메(Marcel Aymé)

★★★★



[1]
왠지 읽고싶은 책이라서 도서관에 구입신청을 했다.

책 자체도 얇거니와, 수록된 단편들도 짧아서 부담도 없고, 재미있다.
물론 1940년대의 프랑스소설인만큼 막~ 재미있지는 않은데,
뛰어난 상상력의 독특한 소설이다.

그럼 감상평은 이만...(요즘 말이 줄어서;;)


[2] 역자후기의 일부

 현실과 환상을 넘나드는 비범한 상상력

 마르셀 에메의 작품 세계에는 사실주의적인 것과 환상적인 것, 진지함과 장난스러움, 순박한 시골의 정서와 세련된 도회적 감성이 병존한다. 장편소설만 해도 열여덟 권이 되는 그의 많은 작품 가운데는 서로 반대되는 분위기와 성격을 지닌 것들도 적지 않다. 따라서 마르셀 에메의 진면목이 무엇인지, 그의 특성을 가장 잘 보여주는 작품이 어느 것인지를 말하는 것은 대단히 주관적인 일이 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작품의 사회적 수용이라는 관점에서는 에메를 에메답게 하는 특성에 대한 객관적인 논의가 가능할 수도 있다. 다시 말해서, 에메의 작품 가운데 대중의 가장 폭넓은 사랑을 받은 작품들을 놓고 어떤 공통점이 있는지를 살펴보면, 독지들이 받아들이는 에메의 가장 중요한 특성이 드러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에메의 소설 중에서 출간 당시부터 오늘날까지 가장 널리 읽힌 것은 『술래잡기 이야기』, 『벽으로 드나드는 남자』에 실린 단편들과 장편 『초록빛 암말』이다. 이 작품들에 공통점이 있다면, 현실에 환상적인 요소를 끌어들이고 있다는 점, 그리고 골계와 반어와 역설을 대단히 효과적으로 구사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기발한 상상력을 바탕으로 현실과 비현실을 넘나드는 솜씨가 일품이다. 그런데, 그의 상상력이 빚어내는 비현실적 효과는 소설의 배경이 되는 세계의 현실성을 견실하게 유지한다는 점에서 아주 독창적이다. 마르셀 에메의 전형적인 독자들은 아마도 이런 점을 그의 가장 중요한 특성으로 꼽을 것이다. 프랑스의 여러 평론가나 연구자들도 문학 월간지 『마가진 리테레르』(1977년 5월의 마르셀 에메 특집호) 등을 통해 그와 비슷한 견해를 피력하고 있다. ‘두 세계를 넘나드는 이야기꾼’, ‘현실적인 것과 상상적인 것의 기적적인 배합’, ‘일상적인 것의 위조’, ‘땅에 발을 굳게 디디고 있는 환상문학’, ‘역설적인 상식’, ‘기이한 것을 통해 일상적인 것을 조정하기’ 등등.
 에메는 동시대의 다른 작가인 베르나노스나 사르트르나 말로처럼 인간의 고뇌와 불안을 다루고 인간 조건의 부조리에 주목하지만, 그들처럼 형이상학적인 방식으로 문제를 제기하지 않는다. 그는 현실에 환상적인 요소를 끌어들임으로써 그런 문제 제기를 대신한다. 그런 점에서 그는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나 이탈로 칼비노를 닮았다.

 짧은 이야기, 긴 여운

 마르셀 에메는 짧은 이야기의 거장이다. 장편소설만을 진짜 소설로 여기고 단편이나 콩트는 그저 습작이나 장편의 맹아 정도로 여기는 프랑스의 문학 풍토에서, 짧은 이야기로 독자를 확보하고 대가의 명성을 쌓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 점에서 에메는 프랑스 문학의 한 분야를 빛내는 희귀한 보석이다. 19세기에 메리메와 모파상이 있었고, 20세기 후반기를 미셸 투르니에가 대표한다면, 에메는 20세기 전반기를 대표한다.
 그는 단편소설 78편과 콩트 18편을 모두 합쳐서 1백 편에 가까운 짧은 이야기를 발표했다. 작품의 양만 놓고 보더라도, 그 분야의 다산(多産) 작가인 모파상이나 폴 모랑이나 다니엘 불랑제에 필적한다. 하지만 마르셀 에메의 특별한 점은 그 다작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가 발전시킨 짧은 이야기의 미학에 있다. 단편문학의 옹호라는 기치를 내걸고 창간된 프랑스 문학지 『짧은 글(Brèves)』은 1986년 3월 마르셀 에메 특집호에서, 오늘날의 단편 작가들에게 마르셀 에메가 얼마나 큰 영향을 미쳤는지를 강조하면서, 이렇게 덧붙이고 있다. “현대 프랑스 단편소설에는 특유의 분위기와 암묵적인 규칙과 전형적인 문체가 있다. 우리는 그 모든 것들에 대해 모파상보다는 마르셀 에메에게 더 많은 빚을 지고 있다고 확신한다.”
 그의 단편문학 작품은 저널리즘 활동과 긴밀한 관련을 맺고 있다. 그는 처녀작 『브륄부아』를 발표하고 3년이 지난 1929년부터 세상을 떠날 때까지 유명 일간지와 주간지에 정기적으로 시평(時評)을 기고하였다. 시대상을 정확하게 그리는 데에 주안점을 두고 있는 이 시평이라는 장르는 모든 사회적 현상에 대한 예리한 분석을 바탕으로 이루어진다. 마르셀 에메는 시평을 쓰기 위해 흥미로운 사건들이나 시대의 조류를 주의깊게 살폈다. 이것은 인간을 관찰하고 세상에 대해 성찰하는 더없이 좋은 기회였다. 또한 신문 기사는 그에게 소설을 구상하고 나중에 작품에서 활용할 만한 장면들을 스케치하는 기회를 제공하기도 했다. 선배 작가 모파상이 그랬듯이, 마르셀 에메는 저널리스트로 활동하면서 얻은 시대에 대한 통찰과 절제의 미학을 대단히 효과적으로 활용했다.
 현실을 정면으로 바라보되 항상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는 냉철하고 객관적인 시선, 현실의 추악함과 우스꽝스러움에 대한 절제된 풍자와 아이러니, 거기에 현실을 전혀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게 하는 기이하고 환상적인 요소가 더해짐으로써, 마르셀 에메의 짧은 이야기들은 언제나 우리에게 긴 여운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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