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Essays in love
알랭 드 보통 Alain de Botton
★★★★★
재미와 연애심리묘사에 있어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베스트셀러.
가끔 보면 이유없는 베스트셀러가 존재하는데(누구라곤 말 안 하겠어. 두 명의 그녀들.),
이 책은 시공을 초월해 사랑을 해본 혹은 하고있는 사람들의 무한 공감을 얻어내는,
베스트셀러일 수밖에 없는 책이다.
오늘의 초공감대목은 사랑이 끝나갈 즈음 남겨질 사람의 심리와 행동양상을 "낭만적 테러리즘"이라 표현한 것.
내 경험 속의 감정에 빗대어도 전혀 틀림/다름이 없다못해, 초특급공감을 이끌어낸다.
나는 떠나는 입장이었지만, 남겨진 사람의 감정과 행동의 변화를 뼈저리게 느껴야 했던 바..
#18 낭만적 테러리즘
5. 일단 한쪽이 관심을 잃기 시작하면, 다른 한쪽에서 그 과정을 막기 위하여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는 것 같다. 구애와 마찬가지로 떠나는 일도 과묵이라는 담요 밑에서 고통을 겪는다. 의사소통 체계 자체가 붕괴되었다는 사실은 논의하기조차 힘들다. 그것은 양쪽 모두 그것을 복원하고 싶을 때에만 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연인은 절망적인 상황에 빠진다. 정직한 대화는 짜증만 일으키고, 그것을 소생시키려다가 사랑만 질식시킬 뿐이다. 연인은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짝에게 다시 구애를 하려고 필사적으로 노력하게 되고, 그 결과 낭만적 테러리즘에 의존하게 된다. 이것은 대책 없는 상황의 산물이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사랑에 대한 응답을 강요하려고 여러 가지 꾀[삐치기, 질투, 죄책감 자극]를 부리기도 하고, 그 앞에서 폭발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울음을 터뜨리거나, 분노를 터뜨리는 등]. 테러리스트가 된 연인은 현실적으로 자신의 사랑이 보답받을 길이 없다는 것을 안다. 그러나 [연애에서나 정치에서나] 어떤 일이 쓸모없다고 해서 반드시 그 일을 안 하게 되는 것은 아니다. 꼭 누가 들어주지 않는다고 해도 말하는 것 자체가 중요하기 때문에 하는 말도 있는 법이다.
6. 정치적 대화를 통해서 불만을 해소하지 못하면 피해를 입은 쪽은 필사적으로 테러 행동에 의존하게 된다. 상대에게서 평화적인 수단으로 유혹해내지 못했던 양보를 힘으로써 이끌어내려는 것이다. 정치적 테러리즘은 막다른 골목에 이른 상황에서 태어난다. 자신의 행동이 바라는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것-오히려 상대를 더 멀어지게 하기 쉽다는 것-을 알면서도[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그 행동이 필요하다고 느낄 때 나오는 것이다. 테러리즘의 부정적 측면은 아이의 분노와 공통점이 많다. 좀더 강력한 적을 만나 자신의 무능을 알게 될 때 드러내는 분노.
-p.204-205
17. 그러나 일반 테러리스트들은 낭만적 테러리스트들에 비해서 분명한 이점을 가지고 있다. 그들의 요구[그것이 아무리 터무니없다고 해도]에는 모든 요구 가운데 가장 터무니없는 요구, 즉 나를 사랑해달라는 요구가 포함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나는 우리가 그날 저녁 파리에서 즐기는 행복은 착각이라는 것을 알았다. 클로이가 보여주는 사랑은 자발적인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애정을 느끼지 못하게 되었다는 사실에 죄책감을 느끼면서도 [그녀의 상대만이 아니라 그녀 자신을 설득하기 위해서] 의리는 보여주어야겠다고 생각하는 여자의 사랑이었다. 따라서 나의 저녁은 행복하지 않았다. 삐침은 성공을 거두었으나, 그 성공은 공허했다.
18. 일반 테러리스트들은 건물이나 초등학생들을 폭탄으로 날려보내 이따금씩 정부의 양보를 강요할 수 있지만, 낭만적 테러리스트들은 접근방법이 근본적으로 일관되지 않기 때문에 실망할 수밖에 없는 운명이다. 낭만적 테러리스트는 말한다. 너는 나를 사랑해야 한다. 너에게 삐치거나 질투심을 일으켜서 나를 사랑하도록 만들겠다. 그러나 여기에서 역설이 생긴다. 만일 상대가 사랑으로 보답한다면 그 즉시 그 사랑이 더럽혀진 것으로 생각할 것이기 때문이다. 낭만적 테러리스트는 이렇게 불평할 것이다. 내 강요 때문에 네가 나를 사랑하는 것이라면, 나는 이 사랑을 받아들일 수 없다. 이 사랑은 자발적으로 준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렇게 낭만적 테러리즘은 자신의 요구를 해소하는 과정에서 그 요구를 부정해버린다. 테러리스트는 결국 불편한 현실, 사랑의 죽음은 막을 수 없다는 현실과 마주하게 된다.
-p.212-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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